아이가 몇 살에 해외 생활을 몇 년을 했느냐에 따라, 또한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익히고 유지시켜주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 애써서 조기유학을 떠났는데 해외에서는 금세 영어를 배우고 발음도 훌륭하던 아이가 국내에 돌아온 지 얼마 안돼 빛의 속도로 영어를 까먹었다는 얘기는 흔히 듣는다. 반대로 주재원이나 외교관 자녀처럼 부모의 직장 때문에 해외생활을 하는 경우는 대개 5년 이상의 체류기간을 갖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가 모국어처럼 되고 한국어가 미숙하여 돌아와서의 일이 걱정되는 경우가 많다.
내 아이들의 경우 첫아이는 5세~10세(한국나이,이하동문), 13세~16세 때, 이렇게 두 번의 해외생활을 했고, 둘째 아이의 경우는 2세~6세, 9세~12세였다. 첫아이는 한국학교의 경험이 4, 5학년 2년밖에 안되고, 둘째 아이는 7세, 1학년 이렇게 2년이다.
짧은 한국생활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들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제대로된 이중 언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의 많은 아이들이 비슷한 생활을 했을 때 한국어로 된 책을 읽거나 한국 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한국어가 퇴보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게 된다. 리터니들의 숙명은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에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므로 한국어의 퇴보는 상당히 마이너스 요소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6개월~1년 정도의 적응기간을 거치면 한국어는 자연스럽게 따라잡게 된다는 말만믿고 해외에서 영어에만 관심을 쏟게 되기 쉽다. 하지만 해외에서 영어를 배우는 와중에도 한국어를 놓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자연히 해결되겠지 하고 있다가 막상 돌아왔을 때 아이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할 뿐 아니라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학업에도 지장이 생기는 일이 너무나 많다. 뒤늦게 후회하고 열심히 쫓아가면 물론 6개월~1년 뒤에는 그 갭이 거의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그동안 배웠던 부분들은 구멍이 뻥뻥 뚫리게 되어 또한 그만큼의 갭이 벌어지기도 하고, 손상된 자존감은 잘 회복되지 않는다. 또한, 귀국할 즈음에 아이의 한국 학교생활이 너무나 걱정이 되어 일단 국제학교나 외국인 학교로 빠지는 경우도 많이 본다.
무엇보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영어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지않을까?하는 희망도 갖게 되는데, 한국식 영어 시험지의 한국어로 된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해 어이없게 틀리는 일도 다반사다. 영어과목뿐 아니라 특히 서술형, 통합형 수학 문제들은 우선 문제 이해에서부터 막히게 된다. 또한, 초등 고학년부터는 한국어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기본도구로서 사용되는데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으면 지식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마치 읽기장애 아이들이 학령기가 되면 학습장애가 되는 것과 같다. 사회, 과학, 도덕, 기타 모든 과목이 다 줄글로 쓰여있고 그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외워야 하는데 한국어에서부터 막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새로운 지식 습득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또한 최근 수능의 국어지문을 보면 그 길이도 엄청나게 길고 그 내용도 꽤나 전문적인 내용이라 짧은 시간 안에 지문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훈련이 오랫동안 되지 않으면 풀 수 없다. 이것은 앞으로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4차 혁명 이후를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라 꾸준히 연습시켜야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 아이의 나이가 몇살이 되었든 간에 그 나이에 맞는 한국어 능력을 갖추고 돌아가게 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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