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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실전-계획서,진단평가서

요즘 언어치료실에 오는 6~10세아이들 특징

by 꿈꾸는 호수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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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언어치료사로서 일을 시작한 건 2000년이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그 때만 하더라도 특정 환자군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는 병원 소속 언어치료사가 아니면 복지관이나 일반 언어치료실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나는 병원소속 언어치료사로 시작해서 사설 언어치료실, 복지관, 보건소 내 언어치료실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관 특성이 있기 때문에 복지관에는 중증 장애, 중복장애가 있는 장애아이들 위주로 많이 오고, 사설 언어치료실은 경도 지체아동과 중증 아이들의 비율이 반반 정도이고 평가 및 몇 번의 치료세션으로 끝나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병원 치료실은 상대적으로 어린 아동들이 초기 진단을 받기 위해 많이 왔다.

 

최근에 느끼는 점은 전반적으로 중등도 아이들의 비율이 떨어지고 경도 언어지체를 보이는 아동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예전같았으면 정말 장애라고, 혹은 지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아이들이 많이 온다.

그만큼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괜찮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치료 시기를 놓치고 오시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셔서(그렇다고 이런 부모님들이 이젠 없어진건 아니다) 안타까웠다면, 요즘 치료실을 찾는 경도의 지체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교육 문제를 반영하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말하자면, 모든 아이들이 언어적으로 평균 이상 일 수는 없다. 평균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다 섞어서 그 중간 어디쯤을 산출하는 것인데, 요즘은 어떤 부모라도 내 아이가 평균 이상이기를 원하지 평균 이하를 생각하는 부모는 없다. 또한,  초등에 영어를 끝내고(?) 중학교에 고등수학까지 여러번 반복해서 끝내고 고딩때는 수행과 생기부 채우기, 그리고 수능준비에 매진한다는 스케줄 안에 초등 1학년에 들어가서 한글을 읽고 쓰고 배우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초등 이전에 한글과 기초 산수는 다 끝내야 겨우 출발선에 설 수 있다. 

 

그러다보니 4-5세때 벌써 신기한 한글나라가 시작되고 2-3년이 지나면 읽고 쓰기가 완벽한 아이들이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을 겪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함께 조부모에게 양육이 넘어가고, 동시에 매체의 발달로 인해 각종 스크린타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이 증상들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6-8세에 치료실에 온 아이들 중 상당수는 1년전후의 경도 언어지체, 약간의 인지지체, 화용능력 및 의사소통 능력의 부족을 호소한다. 이들 중 많은 아이들은 10년 전이었으면 "애가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정도의 평가를 받으며 전혀 문제로 인식되지 않을 아이들이다.

 

한국사회의 특이한 점 중 하나인,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폐쇄성, 누구나 성공해야한다는 성공 제일주의, 학력 제일주의 등의 영향으로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을 꿈꾸며 그걸위해 필요한 능력 또한 일정부분 이상이다. 사실상 모든 사람의 능력이 다 차이가 있고 누군가는 공부에 누군가는 신체능력에 누군가는 음악 미술에 누군가는 장사에 등등 각기 재능이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그 많은 재능을 다 갖고 태어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적은 능력만 갖고 태어나기도 한다.

 

미래학자들이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사회가 올 때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할 집단은 지능지수 85-100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IQ 85는 지체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기준점이 되는데 이를 넘는것은 정상 범주에는 들지만, 평균 100에는 못 미치는 사람들, 즉 IQ 가 정규분포를 그린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인구의 절반이 조금 안되는 사람들(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지 않은가? 내 IQ가 100이 넘는다면 기뻐 자랑할 일이다)은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현재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인 맥도널드 카운터나 각종 슈퍼마켓의 카운터들은 이미 키오스크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적응능력은 매우 빨라서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가 IQ 100 언저리의 능력을 보인다면 미래에 도태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아 우리애는 좀 느리구나, 썩 공부를 잘할 것 같지는 않구나 하고 '비정상'의 범주에 넣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 치료대상이 되어서 치료실에 오는 것이다.

 

하긴, 키가 작은 것도 병이 되어 보험적용이 되는 만 12세 이전에 성장주사를 맞춰야한다고 초 2때부터 대학병원에 몰려가 피검사를 하고 뼈나이 검사를 하고 일단 한 방이라도 맞고 시작하는 세대이다. 키가 작은 것도 병이 되는데 언어가 느린것은 당연히 치료가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10년전에 치료를 망설이는 어머니들에게 우리애가 국어나 수학을 다른 친구들보다 더 잘하게 만들기 위해서 선행학원은 보내시면서 왜 다른 친구들보다 뒤쳐져있는 언어를 위해서 추가로 수업을 넣지 않으시나요? 라고 물었던 적이 많았다. 치료라는 것을 받으면 뭔가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거부하던 것들이 사라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어쩐지  뒷맛이 씁쓸한 요즘 분위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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