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다와 잊혀지다 둘 다 맞다고 알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포스팅을 주목해주세요!
잊히다와 잊혀지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 중 하나가 잊히다는 기본형, 잊혀지다는 ~해지다 라는 피동을 붙여서 피동형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잊혀지다는 문법적으로 틀렸어요. 피동을 나타내는 '히'와 '~어지다'라는 피동형 어미를 두 개가 붙여서 "이중 피동"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기본형!
"잊다"입니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다, 알았던 것을 기억해내지 못하다는 뜻을 갖고 있지요.
구어체로는
"잊어버렸다"라고 '~버리다'라는 강조의 뜻을 갖고 있는 보조용언과 함께 쓰이지만, 기본형은 잊다입니다.
예문을 더 볼까요?
예문]
그는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나는 잊었던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약속을 또 잊었다고? 도대체 몇 번째니?
오늘 이 자리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잊으세요.
사실 기억을 잊는 것은 일부러 내가 잊으려고 해서 잊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라서 단어 안에 피동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예문들 중에서 마지막 예문에서처럼 "오늘 있었던 일은 모두 잊으세요"라고 말할 수도 있지요. 이 말은 기억을 잊도록 노력하라는 뜻인데, 실제로 잊는다고 노력한다고 잊히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어법상은 잊다는 기본형으로 주어가 능동적으로 어찌하는 행동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 내 뜻과는 다르게 잊게 되는 것은 어떻게 말할까요?
잊다를 피동형으로 만들어야 하죠. 피동형 어미 "히"를 붙입니다.
나는 약속을 잊었어.
그 약속은 잊혔어.
이렇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잊거나 잊지 않는 "나"가 주어가 되면 "잊었어", 잊어지게 되는 그 대상인 "약속"이 주어가 되면 피동형으로 "잊혔어"라고 써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잊혀지다"는 어떻게 된 거죠?
사람들이 기본형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잊히다는 단어를 너무 많이 쓰다 보니 잊히다가 기본형처럼 생각돼서 피동형이 필요할 때, 잊히다에 피동형 어미를 더 붙여야 한다고 착각했나 봐요. 그런데 이미 "히"가 포함되어 있으니, "~어지다"를 붙여서 "잊혀지다"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거죠. 하지만, 설명했듯이 "잊히다"에는 이미 "히"가 포함되어 있고 이것이 피동을 이미 만들고 있기 때문에 "~어지다"를 또 붙이면 이중 피동이 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이중 피동이 많이 쓰이는 단어는 "닫혀지다, 바뀌어지다"가 있습니다. "닫혀진 문, 바뀌어진 정책" 이렇게 관형어로 쓰이면 더 맞는 것 같지만 틀린 표현입니다.
어법에 맞게 하려면, "닫힌 문, 바뀐 정책" 이렇게 써야 합니다.
추가로, "잊다"와 비슷한 뜻이지만 더 구어체로 쓰이는 단어는 "까먹었다"나 "깜빡했어"가 있습니다.
예문]
아, 미안, 또 까먹었네.
아~ 깜빡했네, 미안해.
우산 가져오는 걸 깜빡했어.
오늘 시험이 있다는 걸 까먹어서 공부를 하나도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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