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은/는' 과 '이/가'의 차이

한국어에서 격조사는 구문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를 주지만 때로는 어떤 조사를 써야 할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중 주격조사 ‘은/는’과 ‘이/가’는 문법적으로 어떤 것을 쓰더라도 맞지만, 의미적으로는 차이가 있어 외국인들이 잘못 사용하기 쉬운 조사입니다.   사실상 한국인들도 이 조사들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규칙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냥 익숙한 대로 쓰는 것일 뿐이죠.  

 

 

 

 

문법적으로 보면, 엄연히 ‘이/가’만이 주격조사이고,  ‘은/는’은 보조사 입니다. ‘이/가’는 아무런 추가적인 뜻이 없고 주어의 격만 나타내는 것이고, ‘은/는’은 ‘오직’이라는 의미를 첨가하면서 주격조사로 쓰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가장 큰 차이점은 ‘이/가’는 주어에만 붙을 수 있고, ‘은/는’는 주어 뿐 아니라 목적어, 보어, 부사어에 다 붙어서 강조하거나 ‘오직’이라는 의미를 첨가한다는 점이죠.

 

그러나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은/는’과 ‘이/가’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하려면, 한국어 문법에 대한 지식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은/는’, ‘이/가’는 한국어를 배울 때 매우 초반에 등장합니다. 때문에 격조사와 보조사를 통해 설명하기보다는 두 조사의 쓰임새의 차이 정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은/는’, ‘이/가’의 공통된 용법

.주어 자리에 나타난다. . 붙이는 단어는 끝음절에 받침이 있느냐에 따라 형태를 결정한다.

‘은/는’, ‘이/가’의 차이점
‘은/는’의 용법	‘이/가’의 용법
.’ 주제, 대조, 강조’의 의미를 나타낸다. .’ 앞에서 제시한 정보’가 반복되어 나타낼 때 사용한다. . 부사격 조사나 부사와의 결합이 가능하다.	.’ 주어’를 나타낸다. . ‘새로운 화제나 정보’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용법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1. 주제, 대조, 강조의 의미를 나타낸다 VS 주어를 나타낸다

 

예문 ]

수잔은 미국 사람입니다.

아빠는 사과를 좋아하고, 엄마는 귤을 좋아해요.

 

 

각각의 예문은 순서대로 주제, 대조, 강조의 의미로 ‘은/는’을 사용하였습니다.

 

주제는 이 문장에서 중요한 정보이고, 주된 관심사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정보가 아닌 특별히 이 문장에서 중요한 정보를 말합니다. 

 

다음 예문들을 봅시다. 

 

“수잔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수잔은 미국 사람입니다.”

 

“이 교실에서 미국 사람이 있습니까?”

“수잔이 미국 사람입니다.”

 

두 대화를 보면, 

첫 번째 대화에서는 수잔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가 궁금한 것으로 ‘미국 사람’이라는 것이 주된 정보입니다. 

두 번째 대화에서는 이 교실에서 미국 사람이 누구인지가 궁금한 것으로 ‘수잔’이 그 답입니다.

 

그래서 ‘은/는’은 뒤에 서술어에 쓰인 단어가 이 문장의 주된 정보이고, ‘이/가’는 ‘이/가’ 앞에 쓰인 단어가 이 문장에서 알고 싶은 중요한 정보입니다.

 

예문을 하나 더 볼까요? 

 

“이름이 뭔가요?”

“제 이름은 민수예요.”

 

여기서도 질문에서는 “이름”에 대해서 묻고 있다는 뜻으로 ‘이’를 붙이고, 대답에서는 중요한 정보가 ‘민수’이기 때문에 주어인 ‘이름’에는 ‘은’을 붙였습니다. 

두 번째 예문을 보면, 

 

아빠는 사과를 좋아하고, 엄마는 귤을 좋아한다고 해서, 아빠와 엄마가 서로 다른 과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서로 대조하고 있습니다. 

 

2. '은/는'은  '앞에서 제시한 정보'가 반복되어 나타낼 때 사용한다 VS '이/가'는 ‘새로운 화제나 정보’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이야기나 신문의 사건 사고를 읽을 때 흔히 보이는 차이입니다.

 

예문]

옛날 어느 마을에 할아버지가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얼굴에 커다란 혹이 있었습니다.

 

어젯밤 경기도 용인시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이 화재는 1층에 있던 식당에서 시작된 것으로 1시간만에 진압되었습니다.

 

예문의 밑줄 친 부분들을 보면, 처음 화제를 제시할 때는 '이/가'를 붙이고, 앞서 제시한 정보를 다시 사용할때는 '다른 할아버지가 아닌, 이 할아버지', '다른 화재가 아닌, 이 화재'를 나타내는 뜻으로 '은/는'을 붙입니다.

 

3. 부사격 조사나 부사와의 결합이 가능하다.

 

예문]

오늘은 조사에 대해서 배울 거예요.

 

여기서 ‘오늘은’은 주어가 아닙니다.

 

"우리는 오늘 조사에 대해서 배울 거예요."

 

이런 문장에서 주어인 ‘우리’는 생략이 되었습니다. 우리 뒤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라는 뜻으로 ‘은’이 붙어야 합니다. ‘오늘’은 때를 나타내는 부사어입니다. 그런데 이 부사어에 ‘다른 날이 아닌 바로 오늘’이라는 뜻을 더 주기 위해서 ‘은’을 붙인 겁니다.

2021.04.02 - [한국어 문법&구문 자료] - 한국어의 세는 말, 여러가지 수를 세는 단위

한국어의 세는 말, 여러가지 수를 세는 단위

 

2021.04.10 - [한국어 문법&구문 자료] - 돼요/되요? 안되요/안돼요? 되다/돼다 구분법 종결!

돼요/되요? 안되요/안돼요? 되다/돼다 구분법 종결!